전세집 보일러 수리비 누가 내야 할까요?

며칠 전 한 전세집에 갔더니 보일러 고장이라며 집주인과 세입자가 수리비를 두고 이미 한바탕 이야기한 뒤였습니다. 막상 확인해 보니 실내 온도조절기가 외출 모드였어요. 출장비가 아까운 상황이었죠. 반대로 물이 새는데도 누가 돈을 낼지 정해질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래층 천장까지 젖은 집도 봤습니다. 전세집 보일러 수리비는 고장 원인과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은 분명합니다.
기사 부르기 전 30초, 어디까지 확인할까요?
가스 냄새가 없고 보일러 주변에 물이 새지 않는다면 실내 온도조절기 화면부터 보세요. 전원이 들어오는지, 난방이 꺼져 있거나 외출 모드인지, 온수 온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난방만 안 되는지, 온수까지 안 나오는지도 구분해 두세요. 이 두 증상은 기사가 원인을 좁힐 때 도움이 됩니다.
화면에 점검 표시나 숫자가 뜬다면 사진을 찍으세요. 같은 숫자라도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뜻이 다릅니다. 설명서에 적힌 사용자 확인 항목까지만 확인하고, 덮개를 열어 배선이나 내부 부품을 만지지는 마세요. 차단기가 내려가 있더라도 젖은 손으로 만지거나 반복해서 올려서는 안 됩니다. 다시 내려간다면 전기 계통 점검이 필요합니다.
온수만 미지근하다면 주방과 욕실에서 각각 틀어 보세요. 한쪽 수전에서만 그렇다면 보일러보다 수전 쪽 문제일 수 있습니다. 반면 두 곳 모두 차갑고 보일러에 오류 표시가 뜬다면 모델명과 오류 표시를 적어 제조사 서비스에 전달하는 편이 빠릅니다. 물 보충이나 오류 초기화도 기종마다 방법이 다르니, 무작정 밸브를 돌리거나 전원을 여러 번 껐다 켜지 마세요.
집주인 부담인가요, 세입자 부담인가요?
전세라고 보일러 고장을 무조건 세입자가 고치는 건 아닙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계약 기간 동안 집을 사용·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정합니다. 난방과 온수를 쓰지 못할 정도로 설치된 보일러가 노후하거나 정상 사용 중 고장 났다면, 보통 임대인의 수선 범위인지 먼저 검토합니다. 입주 당시부터 있던 하자도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보일러 관련 비용이 집주인 몫인 것도 아닙니다. 세입자가 임의로 배관을 바꾸거나, 기사의 진단상 잘못된 조작으로 부품을 파손했다면 부담 판단이 달라집니다. 사용하면서 생긴 가벼운 관리 문제도 고장의 규모와 원인에 따라 봐야 합니다. 대법원도 임대인의 수선 범위를 판단할 때 사용에 미치는 영향, 수리의 난이도와 비용, 계약 당시 상태 등을 함께 본다고 했습니다. ‘10만 원 이하면 세입자’처럼 금액 하나로 자르는 기준은 없습니다.
계약서의 수선 특약도 읽어야 합니다. 다만 ‘보일러는 세입자 부담’이라는 문구만 보고 원인 확인을 건너뛰면 다툼이 커집니다. 저는 현장에서 고장 부위와 누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기사 소견서나 수리 내역서에 원인을 적어 달라고 권합니다. 서로 기억에 기대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합니다.
출장비와 수리비는 얼마나 예상해야 할까요?
출장 점검만 받아도 비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귀뚜라미는 일반 가정용 보일러의 기본 출장비를 2만 3천 원으로 안내하고, 기술비와 부품비는 별도로 붙을 수 있다고 밝힙니다. 실제 청구액은 제조사, 방문 시간, 모델과 고장 부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방문 전에는 출장비와 야간 할증 여부를 먼저 물어보세요.
현장에서 견적을 볼 때 저는 대략 세 단계로 나눕니다. 설정 확인이나 간단한 점검으로 끝나면 출장비 수준, 작은 부품 교체라면 대체로 몇만 원에서 10만 원대, 주요 부품이나 누수 부위를 손봐야 한다면 그보다 더 들 수 있습니다. 이 범위는 확정 가격표가 아닙니다. 부품 가격과 작업 난도가 달라서 사진 한 장만으로 정확한 수리비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래된 보일러에서 큰 부품이 잇달아 고장 난다면 교체 견적도 함께 받으세요. 이번 수리비만 보지 말고 최근 1~2년 수리 이력, 부품 공급 가능 여부, 새 제품 설치비까지 비교해야 합니다. 전세집의 설비를 교체하는 결정은 집주인과 먼저 협의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마음대로 새 보일러를 설치한 뒤 비용을 모두 청구하는 방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고장 신고와 결제는 어떤 순서로 할까요?
증상을 확인했다면 집주인에게 바로 알리세요. 민법 제634조는 수리가 필요한 사실을 임차인이 지체 없이 통지하도록 합니다. 문자로 ‘오늘 오전부터 온수와 난방이 모두 안 됩니다. 오류 표시 사진을 보냅니다. 점검 접수와 비용 부담을 어떻게 진행할까요?’ 정도면 충분합니다. 사진, 통화 내용, 점검 내역과 영수증은 남겨 두세요.
집주인과 연락이 닿으면 누가 서비스를 접수하고 출장비를 먼저 결제할지 정하면 됩니다. 급해서 세입자가 먼저 필요한 수리비를 냈다면 민법 제626조에 따른 비용 상환이 문제 될 수 있지만, 모든 지출이 자동으로 환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리의 필요성과 원인, 지출 내역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답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이나 다른 지급액에서 임의로 빼기 전에 기록을 갖춰 다시 협의하세요.
가스 냄새가 나거나 배기통이 빠진 듯 보일 때는 비용 이야기를 미루세요.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스 밸브를 잠그고 창문을 열어 자연 환기한 뒤 밖으로 나가 119나 도시가스사에 연락해야 합니다. 실내에서 전등 스위치, 플러그, 환풍기를 조작하거나 보일러를 다시 켜면 안 됩니다. 물이 전기 부품 쪽으로 흐르거나 누수가 계속돼도 직접 분해하지 말고 사용을 멈춘 뒤 기사와 집주인에게 알리세요.
전세집에서는 고장을 빨리 알리고 원인을 기록하는 사람이 일을 덜 복잡하게 만듭니다. 30초 확인으로 끝날 문제는 그렇게 끝내고, 부품 고장이나 위험 신호가 보이면 기사를 부르세요. 비용 부담은 그 진단을 받은 다음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