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누수, 물이 어디서 새는지 먼저 보고 계신가요?

얼마 전에도 싱크대 밑장이 다 젖었다고 해서 갔는데, 막상 열어보니 배수관이 터진 게 아니라 수전 호스 연결부가 반 바퀴 풀려 있었습니다. 손으로 조이고 물기 닦은 뒤 10분 지켜보니 끝이었죠. 이런 집은 출장비가 아깝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바닥 아래로 물이 들어간 집은 얘기가 다릅니다. 겉으로는 물 몇 방울인데 싱크대 하부장, 마루, 아랫집 천장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싱크대 누수는 어디서 새는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완전히 다릅니다. 배수 쪽인지, 급수 쪽인지, 수전 쪽인지, 실리콘 틈인지 먼저 나눠야 합니다. 이걸 안 보고 무조건 테이프 감고 실리콘 바르면 며칠 뒤 더 크게 젖습니다.
먼저 물이 새는 순간을 봐야 합니다
싱크대 밑에 물이 있다고 해서 전부 같은 누수가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제일 먼저 하는 건 물을 틀어보는 겁니다. 찬물만 틀고 보고, 온수만 틀고 보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내려보고, 싱크볼 주변에 물을 뿌려봅니다. 새는 타이밍이 원인을 거의 말해줍니다.
- 수도꼭지를 틀 때만 젖으면 수전 호스, 앵글밸브, 급수 연결부를 봅니다.
- 설거지 물을 많이 버릴 때 젖으면 배수 트랩이나 주름관 쪽 가능성이 큽니다.
- 물을 안 써도 계속 젖으면 급수관 압력 누수일 수 있습니다.
- 상판 위에 물을 흘렸을 때만 젖으면 싱크볼 테두리 실리콘이나 수전 하부 패킹을 의심합니다.
휴지 한 장이면 확인이 쉽습니다. 마른 휴지를 의심 부위에 대보면 아주 작은 물방울도 바로 표시가 납니다. 손으로 만지면 이미 주변이 축축해서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휴지를 앵글밸브 아래, 수전 호스 연결부, 배수 트랩 이음새, 주름관 끝부분에 차례로 대보면 됩니다.
배수관 누수는 냄새와 물때가 같이 옵니다
싱크대 누수 중 제일 흔한 건 배수 쪽입니다. 음식물 찌꺼기, 기름때, 뜨거운 물이 계속 지나가니까 고무 패킹이 눌리고 플라스틱 너트가 느슨해집니다. 특히 이사 온 지 오래됐거나 싱크대 밑을 한 번도 안 열어본 집은 배수 트랩 주변에 검은 물때가 먼저 보입니다.
배수관 누수는 보통 물을 많이 내릴 때 나타납니다. 컵 한 잔 정도로는 멀쩡한데, 설거지하고 물을 한꺼번에 흘리면 뚝뚝 떨어집니다. 이 경우는 배수 트랩 너트가 풀렸거나 고무 패킹이 삭은 경우가 많습니다. 너트가 손으로 돌아갈 정도면 살짝 조여볼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세게 조이면 플라스틱 나사산이 깨집니다. 힘으로 해결하는 부위가 아닙니다.
주름 배수관이 찢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데 구부러진 골 사이에서 물이 맺힙니다. 이건 테이프로 감아도 오래 못 갑니다. 물때와 기름이 묻어 접착이 잘 안 되고, 배수할 때마다 관이 움직입니다. 주름관만 교체하면 보통 2만~5만 원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트랩까지 같이 바꾸면 5만~9만 원 정도를 많이 봅니다. 지역, 자재, 싱크대 구조에 따라 차이는 납니다.
수전이나 급수 쪽은 조심해야 합니다
싱크대 밑에 있는 앵글밸브와 수전 호스 쪽은 배수보다 더 조심해야 합니다. 배수는 물을 쓸 때만 새는 경우가 많지만, 급수는 수도 압력이 계속 걸려 있습니다. 작은 누수도 하루 지나면 하부장이 퉁퉁 불고, 심하면 아랫집으로 내려갑니다.
물이 맑고 냄새가 거의 없으며, 물을 쓰지 않아도 계속 맺히면 급수 쪽을 봐야 합니다. 이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싱크대 밑 앵글밸브를 잠그는 겁니다.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보통 잠깁니다. 그런데 오래된 밸브는 돌리다가 부러지거나, 잠갔는데도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억지로 비틀면 일이 커집니다.
수전 호스 연결부가 살짝 풀린 정도면 몽키스패너로 아주 조금 조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한 번에 세게 조이지 않는 겁니다. 8분의 1바퀴 정도만 조이고 휴지로 확인합니다. 그래도 계속 젖으면 패킹 문제거나 호스 자체 균열일 수 있습니다. 수전 호스 교체는 보통 5만~10만 원 정도, 수전 전체 교체는 제품값 포함 8만~20만 원 이상도 나옵니다. 고급 수전이면 더 올라갑니다.
온수 쪽 누수는 더 빨리 손봐야 합니다. 뜨거운 물은 고무 패킹을 빨리 상하게 하고, 보일러 쪽 압력과도 연결됩니다. 밸브 주변에서 물이 맺히고 녹이 보이면 직접 분해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벽 안 배관과 연결된 부위가 손상되면 간단한 싱크대 누수가 벽 배관 공사로 바뀝니다.
실리콘 틈 누수는 천천히 속을 망가뜨립니다
상판 위는 멀쩡해 보이는데 싱크대 밑판이 젖어 있는 집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싱크볼 테두리나 수전 아래쪽 실리콘을 봅니다. 실리콘이 까맣게 변했거나 손톱으로 눌렀을 때 들뜨면 물이 틈으로 들어갑니다. 물이 바로 뚝뚝 떨어지지 않아서 더 늦게 발견됩니다.
실리콘 누수는 하부장 나무를 천천히 부풀립니다. 처음에는 냄새만 나고, 그다음엔 바닥판이 물렁해집니다. 하부장 안쪽에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합판이 들뜨면 이미 오래된 겁니다. 실리콘만 다시 쏘면 되는 단계도 있지만, 젖은 나무가 썩은 상태면 싱크대 부분 교체를 봐야 합니다.
직접 실리콘을 다시 쏠 거면 기존 실리콘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그 위에 덧바르면 며칠은 괜찮아 보여도 다시 벌어집니다. 물기와 기름기를 완전히 말리고, 곰팡이 낀 부분은 제거한 뒤 작업해야 합니다. 싱크볼 테두리 실리콘 보수는 현장 기준으로 대략 5만~10만 원 정도가 많습니다. 싱크볼 탈거가 필요하면 비용은 더 올라갑니다.
직접 해도 되는 것과 부르면 나은 것
자가 점검은 좋습니다. 다만 손대도 되는 선이 있습니다. 16년 다니면서 본 큰 사고는 대부분 “조금만 더 풀어보자”에서 시작됐습니다. 싱크대 누수는 겉으로 작아 보여도 물길이 숨어 들어가면 수리 범위가 확 넓어집니다.
직접 확인해도 되는 경우
- 배수 트랩 너트가 살짝 풀려 손으로 조이는 정도
- 주름관 겉면에 금이 보여 부품 교체가 명확한 경우
- 싱크볼 주변 실리콘 들뜸이 눈으로 확인되는 경우
- 수전 호스 연결부에서 아주 미세하게 맺혀 8분의 1바퀴 정도 조이는 경우
기사를 부르는 게 나은 경우
- 물을 쓰지 않아도 계속 젖는 경우
- 앵글밸브를 잠갔는데도 물이 멈추지 않는 경우
- 벽 쪽 배관, 바닥 안쪽에서 물이 나오는 경우
- 전기 콘센트나 식기세척기 주변까지 젖은 경우
- 아랫집 천장에 얼룩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은 경우
전기 제품이 같이 있는 싱크대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식기세척기, 정수기, 음식물처리기, 전기 콘센트 주변에 물이 닿았으면 전원부터 차단해야 합니다.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잡지 말고, 가능하면 차단기에서 내리는 게 낫습니다. 감전은 운 좋으면 괜찮은 문제가 아닙니다.
비용은 원인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단순 배수 부속 교체는 몇만 원에서 끝나지만, 수전 교체나 앵글밸브 교체가 들어가면 10만 원 안팎으로 올라갑니다. 하부장 손상, 마루 젖음, 아랫집 피해가 생기면 설비 수리가 아니라 보수 공사가 됩니다. 그래서 싱크대 밑에 물이 보이면 걸레로 닦고 끝내지 말고, 10분만 지켜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권하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싱크대 밑을 비우고, 마른 상태로 닦고, 찬물과 온수를 따로 틀고, 배수를 많이 해보고, 휴지로 이음새를 찍어봅니다. 여기서 원인이 보이면 작은 수리로 끝납니다. 원인이 안 보이는데 계속 젖으면 그때는 오래 붙잡고 있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물은 길을 만들고, 한번 만든 길로 계속 갑니다. 초기에 잡는 게 결국 제일 싸게 먹힙니다.
